교황, 프랑스 니스 테러 희생자들 위한 기도
“다시 서로를 형제로 바라봅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흉기 테러를 “힘주어 강력하게” 규탄했다.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서명이 담긴 전문에서 교황은 피살된 이들의 가족과 함께한다고 전하는 한편, 프랑스가 하나되길 소망했다. 이에 앞서 교황청 공보실은 교황이 프랑스 국민들에게 “악을 선으로” 대응하길 초대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3시에는 프랑스 전국의 성당에서 조종(弔鐘)이 울려 퍼졌다.
Fausta Speranza, 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김호열 신부
니스에서 발생한 비극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슬픔은 두 개의 경로를 통해 거의 동시에 전해졌다. 첫 번째는 10월 29일 목요일 이른 오후에 니스교구장 앙드레 마르소(André Marceau) 주교에게 보내진 전문으로, 교황청 국무원총리 파롤린 추기경의 서명이 담겼다. 이 전문에 따르면 교황은 “그러한 폭력적 테러 행위”를 “힘주어 강력하게” 비난했으며, “프랑스 가톨릭 공동체와 모든 프랑스 국민들 가까이” 있고, “프랑스 국민 모두가 하나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이보다 앞서 열린 교황청 공보실장 마태오 브루니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브루니 공보실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혼란의 시기에 발생한 고통의 순간”에 대해 말하며, “테러와 폭력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잔인함이 “사랑과 위로의 장소인 하느님의 집”에서 일어날 때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브루니 공보실장은 교황이 “폭력을 멈추고, 사람들이 서로를 적이 아닌 형제자매로 다시 바라볼 수 있기를” 기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교황은 트윗(@Pontifex) 메시지에도 “사랑하는 프랑스 국민들”이 “악을 선으로” 대응하길 초대했다고 말했다.
사건 경위
흉기 테러는 지난 10월 29일 목요일 오전 9시께(현지시간) 니스 시내 중심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했다. 테러범은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치면서 여성 1명을 참수하고, 성당 제의방 봉사자인 45세의 남성 1명을 살해했다. 이들은 성당 안에서 즉사했다. 그리고 흉기에 목이 찔린 또 다른 여성 1명은 성당 인근 카페로 피신했지만 몇 분만에 숨졌다. 사건은 “내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라고 말하는 시간만큼이나 짧은 순간에 일어났다. 경찰들은 총격을 가하며 테러범을 진압했다. 테러범은 부상 당한 후 체포됐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 니스 시장은 사건 즉시 이를 테러 공격이라 규정하고, 시내의 모든 교회에 경계태세를 강화하거나 교회 폐쇄 조치를 취했다. 시내의 다른 모든 예배 장소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에스트로지 시장은 테러범이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계속해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쳤다고 전했다. 범인은 25세가량의 남성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테러 현장을 찾았다. 장 카스텍스 총리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새로운 조치들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에 있었으나,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이 주최한 위기 대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국회를 떠났다. 프랑스 정부는 전국에 위험 경보 중 “최고 수준”의 경보를 발령했다.
두려움에 떠는 리옹
같은 날 이른 오후 프랑스 경찰은 칼로 무장한 아프카니스탄 출신 남성 1명을 리옹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중부 리옹에서는 불과 6일 전에도 또 다른 위험 경보가 발생한 바 있다. 바로 부르카(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식)를 쓴 여성이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폭탄을 터트리겠다고 위협하는 바람에 리옹의 중앙 철도역인 파르디외 역이 폐쇄된 사건이다. 대테러 대응팀이 해당 여성을 제지할 때까지 철도 운행 전체가 중단됐다.
프랑스 주교단의 기도와 친밀감
“저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그리고 또 다시 니스에게 피해를 끼친 비극 소식을 듣고 큰 슬픔에 빠졌습니다.” 랭스교구장 겸 프랑스주교회의 의장 에릭 드 물랭 보포르(Éric de Moulins-Beaufort) 대주교는 이번 테러와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보포르 대주교는 이번 사건이 사뮈엘 파티 교사의 참혹한 죽음이 있은 지 며칠 후 발생했다면서, “또 다시 발생한 이 고통스러운 비극 후에 우리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 대한 비인간적 행위를 마주하는 저의 슬픔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니스 시내의 모든 교회가 경찰의 보호 아래에 있다고 강조했다. “저의 모든 기도는 테러의 희생자들과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 이 비극의 최전선에서 애쓰는 경찰들, 자신들의 믿음과 희망에 상처를 입은 사제들과 신자들을 향합니다.” 그는 “이 야만적인 행위에 직면한 그리스도의 용서의 정신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니스교구 누리집에 발표된 프랑스 주교단의 성명서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들은 성당에 있었기 때문에 공격을 받고 피살됐습니다. (테러범에게 있어) 그들은 파괴해야 할 상징이었습니다. 이번 피살 사건은 자크 아멜 신부의 순교를 떠올립니다. 이러한 끔찍한 행위로 프랑스 전체가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 테러의 목표는 프랑스 사회에서 불안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프랑스 주교단은 “이러한 암적인 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듯, 이러한 위협에 맞서 우리 모두가 굳건하게 서 있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필요한 형제애를 시급히 재발견해야 한다”며 “우리를 목 죄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자들은 두려움으로 떨어지는 것을 극복하고 온 나라와 함께 이 믿음 없고 맹목적인 테러 위협에 맞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가능한 장소에서 같은 날 오후 3시에 프랑스의 모든 교회가 조종을 울리라고 초대했다.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의 규탄
수니파 이슬람 신학 및 대학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는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테러를 규탄하면서, “종교는 이러한 범죄 행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한 메시지에서 “모든 폭력 행위, 극단주의, 증오 및 무관용에 맞서 싸우라고 가르치는 이슬람을 비롯해 모든 거룩한 종교들의 너그러운 가르침과 반대되는 이러한 증오에 찬 테러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메시지에는 “지혜와 이성의 목소리가 승리할 수 있기를 호소하며 폭력과 증오의 언어가 확산되는 데 대한 경고”를 의도하는 표현들도 있었다.
2주 전, 사뮈엘 파티 교사의 피살 사건
이번 테러 사건은 사뮈엘 파티 교사의 참수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이 아직 충격에 빠져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사뮈엘 파티 교사는 (표현의 자유를 가르친다며)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2015년) 게재해 논란을 일으킨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는 이유로 피살됐다. 아울러 최근 「샤를리 에브도」가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풍자한 만평을 게재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함에 따라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2016년의 비극
지난 2016년 7월 14일 오후 10시30분(현지시간) 니스에서 84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도 떠오른다. 당시 니스 해안의 유명한 산책로인 ‘프롬나드 데 장글레(‘영국인 산책로’라는 뜻)’에서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을 맞아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에게 한 남성이 대형 트럭을 몰고 돌진했다. 트럭의 질주는 1847미터까지 이어졌다. 운전자는 미친듯이 총격을 가했고, 보행자 구역으로 돌진하여 차를 몰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또한 그해 여름에는 이슬람국가(IS)를 자처한 무장 남성 2명이 노르망디의 한 성당에서 자크 아멜 신부를 살해했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테러를 규탄하는 동시에 프랑스에 대한 친밀감을 나타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야만과 광신주의에 맞서 단호히 연대할 것입니다.” 유럽의회 다비드 사솔리 의장은 “이 고통은 유럽에 있는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폭력에 맞서는 한편, 증오를 조장하고 퍼뜨리는 사람들에 맞서 함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밀라노 가톨릭 대학교 롬바르디 교수는 우리가 이미 목격한 바 있는 또 다른 테러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칼을 사용한 테러방식은 실질적인 배후 조직이 없어도 되고, 테러를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기 위해 가족 수준의 작은 단위나 표면적으로 친근한 관계만 있어도 충분하며, 모방하기 쉬운 테러로 이어지는 등 일종의 역동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롬바르디 교수는 테러가 발생하는 맥락에 집중했다. 그는 프랑스가 공격을 당했다면서 최근에는 불과 2주 전에 테러를 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프랑스는 다른 여러 국제적 상황들과 함께 어려운 지정학적 역동성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테러리스트 세력들을 이용하는 것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고려하며 테러 행위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유행이 테러 경보에 대한 여론을 약화시켰다 해도, 실제로 테러에 대한 언론의 침묵은 그 어떤 테러 활동도 멈추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롬바르디 교수는 사뮈엘 파티 교사의 피살 사건뿐 아니라, 4년 전에 발생했던 니스 해변의 ‘프롬나드 데 장글레’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트럭 테러를 떠올렸다. 또한 니스와 프랑스 남부 지역의 지리학적 맥락에 대해 설명하면서 몇 가지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였다. 곧, 주민 일부 계층들의 불만, 불평등, 사회 통합의 실패 등이다. 이러한 현상은 프랑스 전역을 비롯해 특별히 남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롬바르디 교수는 피비린내 나는 행동뿐 아니라 테러 사건을 모의하고 자라나게 하는 땅(나라)을 이해하는 것이 (사건들의) 분석 단계에 그치거나 증오와 테러리즘의 원인을 포함한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요컨대 어떤 사회에서 어려운 현실이 존재한다면, 이 모든 것을 능숙하게 이용하고 조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말이다.